전주 영화제의 유령
학부 때는 여행을 참 많이 갔다. 이제 학부 때 여행 이야기는 대강 다 쓴 것 같으니 정리 한 번 해보자면, 한 학년을 보내는 동안에는 신입생 엠티, 총엠티, 학년 엠티, 학회 엠티, 답사, 봄여름가을 농활, 언더티 합숙, 동아리 여름 여행 등이 있었다. 1학년 때는 소속된 곳의 모든 여행을 따라 갔으며 2학년 때는 절반쯤, 3학년 때부터는 거의 안 간 것 같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그럴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나서 대학원에 들어가니, 거기도 신입생 환영 엠티 같은 게 있긴 했는데, 아무래도 매년 열리지는 않았다. 참여가 너무 저조했기 때문에 누군가 추진을 하다가도 흐지부지 무산되고는 했다. 거긴 정신없이 어울려 노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거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 정도 웬일로 엠티가 성사돼서 갔던 적이 ..
니콘 F3를 빌려서, 혼자 갔던 여수
가만 생각해 보니 나는 혼자 여행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대학 방학 때 지방 친구들을 찾아 혼자 서울을 떠난 적이 있었지만, 당연히 도착해서는 그 지역 친구네 집에서 잤고, 낮에도 함께 돌아다녔다. 20대 중반, 동생이랑 한 달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2주 만에 싸우고 헤어졌지만, 끊임없이 길거리에서 동행을 구해 같이 다녔다. 30대 중반, 출장으로 갔던 여행은 혼자일 때도 있었지만 예외로 해야 될 것 같고… 요즘엔 가끔 제주도에 혼자 가게 됐지만, 그건 서귀포에서 펜션을 하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라서, 친구가 바쁠 때만 좀 혼자 돌아다닐뿐, 그래도 함께 다닐 때가 많다. 아무래도 내가 혼자 갔던 여행은 까마득한 옛날, 이십대 초반, 여수와 통영 일대를 돌아다녔던 여행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